정치인들의 지나치게 극단적 주장을 보고 실망할 때가 많이 있는데요. 정치를 오래한 사람을 보고,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예전같이 않아.'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정치인이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비슷한 것을 일컫는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말도 개인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한 집단의 의견을 계속 접하면서 좁은 식견을 가지게 되는 문제를 꼬집는 유명한 말입니다.
오늘은 이런 현상을 일컫는 '집단 극화 현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집단 극화 현상의 정의와 사례(SNS가 집단 극화 현상을 부추길까?)
집단 극화 현상의 정의
극화 현상(Extremity Shift) 또는 집단 극화 현상(Group Polarization)은 집단 내에서 논의가 진행될 때, 개인의 초기 태도나 의견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는데요. 사회 심리학자들이 집단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관찰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집단 극화 현상의 뇌과학적 이유
도파민 시스템
도파민은 뇌에서 보상과 관련된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특정 의견이 지지받거나 강화될 때 도파민이 분비되어 쾌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더욱 강한 신념을 가지도록 유도합니다.
인지 부조화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접할 때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더욱 극단적으로 강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회적 확증 편향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할 때, 서로의 의견을 강화하며 더욱 극단적으로 변합니다.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이는 사람들이 비슷한 의견을 가지게 되고, '진보적 성향의 커뮤니티', '보수적 성향의 커뮤니티'로 나누는 것을 사회적 뇌 네트워크(Social Brain Network)와 관련지을 수 있습니다.
집단 극화 성향의 사례
미국의 정치 분열
미국에서는 정치적 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납니다. 중도가 없고, 민주당, 공화당 양당체제를 오랫동안 잘 유지하고 있는 곳이 미국인데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 소스를 선택적으로 접하면서, 각자의 의견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 플랫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할 때, 의견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절에 백신에 대한 논의에서 한쪽은 과도한 낙관론을, 다른 한쪽은 과도한 비관론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적 극단주의
집단 극화 현상이 가장 잘 관찰되는 곳이 바로 종교 집단인데요. 특정 종교 집단 내에서 교리나 신념이 더욱 극단적으로 변해서, 일반인의 집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생활을 하고, 범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종교적 커뮤니티 내에서 비슷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교류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극화 현상에서 벗어나는 방법
다양한 정보 소스 접하기
보수적 신문사의 글을 봤다면, 같은 주제로 진보적 신문사는 어떻게 해석하는지도 확인해야합니다.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접함으로써 편향된 의견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정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극화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비판적 사고 기르기
정보를 접할 때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여러 측면에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신문 기사가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고,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때일수록 진짜 내용을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등 인지적 유연성을 키우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대화와 토론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보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공감 능력과 사회적 이해를 높이는 데 사용해야합니다.
특정 사회적 이슈에서 극화 현상이 강해진다?
감정적 반응과 가치관의 연관성
특정 사회적 이슈는 개인의 깊은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체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이슈일 때 더 강하게 나타나는데요. 예를 들어 낙태, 인종 차별, 성 소수자 권리와 같은 이슈는 개인의 기본적인 가치관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 강한 감정적 반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주제들입니다.
집단 정체성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정체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정 이슈가 집단의 정체성과 관련될 때, 개인은 집단의 의견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데요. 예를 들어 정치적, 종교적 이슈에서 집단 의견은 개인이 그 집단의 일원임을 확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정보의 필터링과 에코 체임버 효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다음 두가지 용어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 필터 버블(Filter Bubble)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제공하여,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를 줄이는 현상입니다.
- 에코 체임버(반향실 효과, Echo Chamber)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동일한 의견만을 반복하여 듣게 되는 현상입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확증 편향은 너무나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을 확인시켜주는 정보를 더 선호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찾는 경향을 뜻합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신이 믿고 지지하는 정보만 찾아서 '극단적 환경주의자'가 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소셜 미디어(SNS)가 집단 극화 현상을 부추길까?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된 콘텐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복잡한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이전 활동, 좋아요, 공유, 댓글 등을 분석하여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게 만드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기존 신념과 선호에 맞는 콘텐츠만을 제공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할 기회를 차단하는 필터 버블과,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되고, 동일한 의견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극단적인 의견이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감정적으로 강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강조하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요. 이는 분노, 공포, 흥분 등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는 더 많이 공유되고, 댓글이 달리며 이슈몰이가 되고, 결국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는 알고리즘 기반의 개인화된 콘텐츠, 확증 편향,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는 콘텐츠, 정보의 왜곡과 가짜 뉴스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집단 극화 현상을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셜 미디어 사용에 있어 더 신중하고 비판적인 접근을 해야하는 이유입니다.